어제는 급하게 장례식에 다녀왔다

동기 중에서 가장 작았던 친구의 아버지

혈압만 높았을 뿐 건강하셨다고 했다

두 달간의 유럽 여행 중이었고,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둔 날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출발하던 날 공항에 바래다 주겠다던 말을 거절했었다고 했다

아까까진 놀라고 슬펐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선배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었고

다른 동기가 오고 내 앞자리가 바뀌고 옆테이블들이 다 사라질때까지 앉아 있다가 나왔다

 

좋은 일로 봐야하는데, 언니, 헤헤

빨간 눈으로 웃길래 그냥 꼭 안아주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이게 올해의 몇 번째 장례식이었나 생각해봤다

또 앞으로 반년간 몇 번의 장례식에 가게 될까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토요일은 오랜 친구의 결혼식이다

우리가 어느 장례식장에 함께 들어서기 전 그 어두웠던 밤이 생각났다

 

며칠동안 마음이 아무렇게나 잠든다

달뜬 청춘처럼 내리던 비가 지나고

일어나 앉아

세상이 자라는 소리에 새삼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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