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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다. 출근길의 자유로에서는 언제나, '인명피해는 없으나 느닷없이 일어난 불가사의한 힘에 의한 사고'로 길이 막히길 기원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날 22중 추돌로 자유로가 막혔던 날의 나는 오전반차였다. 서교사옥에서 근무할 때도 늘 '인명피해는 없지만 건물입구에 작은 싱크홀이 생기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 재택근무 하라'는 공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사건이 일어났으나(터져버린 배관의 오물을 온몸으로 막아냈다는 실장님께는 경의를 표한다) 이 역시 애석하게도 내가 파주로 출근하게 된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나의 게으르고 몹쓸 성정에 도움줄 생각 없어 보이는 세상이여, 엿이나 먹어라.25년에는 변하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무쌍무쌍하였고 ..


너와 처음 만난 날을 종종 떠올려. 여느때처럼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셨어. 그날은 아마 대학로에서 마셨나봐. 막차가 끊겨 효진이 집에서 자게 됐거든. 아주 작고 가장 꼭대기에 있던 그 집(사실 집에 가기 까지의 기억은 희미해). 이른 아침,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너와 네 형제들이 그 작은 집을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다가 거대한 방해물인 나를 뛰어넘고 타고 오르며 탐험을 시작했지. 작은 집에 더 작고 작은 생명체들이 내 옆에서 살아있다고 온몸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어.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한 지식이 조금도 없었지만 불쑥 일어나는 건 실례인 것 같아 나는 계속 자는 척 모험의 대상이 되기로 했던 걸로 기억해. 그 때 그 무리에 너도 있었겠지. 아니면 어느 구석에 붙어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날..

자, 이제 아침과 밤의 손목을 잡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너의 부재와 부딪힐 때마다 나는 자꾸 고꾸라지고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서로밖에 없는데 네가 떠나면서 나는 모든 언어를 잃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