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첫째주

2021. 8. 28. 11:17

 

 

할머니를 산소에 모시던 날은 엄청나게 맑았고 기록적으로 더웠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미소라 히바리를 듣고 싶다 하셨던 적이 있다. 카세트테이프가 아니면 조작을 어려워하셔서 방법을 찾아보다 관뒀던 걸 조금 후회했다. 장지로 출발하기 전, 다들 밥을 먹거나 쉬고 있을 때 숙모가 조용히 혼자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걸 봤다. 숙모는 가장 힘들게 시집살이를 했었다. 할머니의 말년에 가장 많은 잔심부름을 했던 동생이 화장터에서 잠깐 우는 것도 봤다. 장지에 도착해서는 할아버지 생각을 주로 했다. 허허허 웃으시던 모습과 꽃상여가 번갈아 가며 떠올랐다. 산소로 향하는 길이 새로 나서 친척 모두가 좋다 좋다 하며 올라갔다.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던 장손이 산소와 떨어진 곳에서 담배만 연달아 뻑뻑 피워대는 걸 봤다. 그래, 우리는 앞으로 겨우 몇 번의 장례식에서 잠깐 마주치겠지, 그렇겠지만 그래도. 모두가 땀을 흠뻑 흘리고 내려오는 길에 양옆 가득한 길쭉길쭉 식물을 보고 동생, 사촌 동생과 강아지풀이다 갈대다 대충 생각나는 이름을 끌어다 댔다. 하지만 엄마가 알려준 이름은 '부들', 맞다 맞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가족끼리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늘 할머니에게 억하심정만 토로하던 아빠가 "할머니가 어렸을 때 물고 빨며 키워줬는데, 그걸 잊고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리고 8월 내내,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를 바느질로 직접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로서의 할머니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의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었지만 100년에 가까운 그의 인생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죽음 뒤의 세상이라는 게 있다면, 할머니인 할머니든 그냥 당신이든 어떤 형태이든 간에 쭉 아프지 않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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