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2021. 5. 9. 16:29
선인장들에 좀 더 각별하게 신경을 쓰게 되면서 환기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2, 3일 정도 황사 때문에 환기를 못 하다가 오늘은 공기가 좋다길래 평소보다 더 활짝 창을 열어두었다. 서향인 이 집에 해가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햇빛이 방 안까지 꽤 들어서는 느낌이었고, 꽤 따뜻한 느낌이었다. 느낌일 뿐이라 객관성은 없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창문을 등진 채 식물처럼 햇빛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괜히 자신감이 생겨 또 다른 선인장을 데려올까 싶어진다. 몇몇 선인장 전문 가게들을 둘러보고 몇몇 선인장을 찜해두고 몇몇 선인장은 이미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고. 장바구니란 참 편리하지. 이미 내 것이 된 느낌이다. 죄책감 없이 충족되는 물욕.
이렇게 휘릭 돌다 보면 접목 선인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이지, 접목 선인장은 너무 싫어. 볼 때마다 내 몸 어딘가가 뚝 잘려 이식되는 느낌이다. 이럴 때마다 내가 인간이라 송구스럽다. 인간 도대체 뭘까. 답 없는 질문. 해가 지기 전에 잠깐 나가서 걸어야겠다. 멍청하고 해로운 인간임을 실감하면서.